마음과느낌

돈돈돈 죽어도 다 쓸 수 없는 돈을 벌어서 다 나워주고 싶다. 2

산도야지 2019. 2. 5. 00:35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서.


대화 중 친구에게 나간 이야기


"아버지한테 50만원도 주고, 어머니 신발 사주고, 부모님 침대도 샀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내 통장 잔고를 보니까 쑤욱 줄어있더라고. 그 때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초라했어"


초라했다. 부끄러웠다. 이것 밖에 안 됐다. 


저 말을 할 때, 목이 아주 마를 때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찾았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장사로 월 4천을 벌기 시작했다. 월 4천 앞에서 내가 버는 돈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


코인 거래소 플젝에 참여하면서 몇십배 혹은 백배로 올라가는 코인 가격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고, 그 앞에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참 초라하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애를 써가며 돈을 번 내가 초라하다.


청소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아버지를 무시하는 아이처럼 내 마음이 그렇다.


아버지와 아이는 몸도 마음도 분리되어있기에 자식은 아버지를 마음껏 미워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미워하면, 동시에 내가 이렇게 미움 받을 존재인가 하는 설움까지 같이 만나게 된다. 



서럽다. 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내가 여기 있는데, 나는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고 다른 사람만 바라보는 내가 밉다.



자식 역할을 하는 그이의 마음도 나는 알고, 아버지 역할을 하는 그이의 마음도 안다. 




내 소망은,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충족될 수 없다. 내 소망을 충족하려면 내가 나를 도와야 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앞에서 거부하는 사람의 마음의 마음을 알기에, 그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거부 당한 이의 마음을 알기에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힘이 들어 마음에 널 들이지 못했음을 마음껏 고백한다.




많은 자기개발 서적에서는, 늘 나를 두 개로 나눈 뒤, 능력 없는 나는 죽어도 되지 말라고 말한다. 


능력 없는 나를 끊임없이 증오하며, 그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려는 마인드로 살라고 한다.


그곳에서 자존감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으며 만들어지는 일종의 착각일 때가 많다고 생각해.




나는 널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나를 아는 만큼 너에게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자기 이해의 깊이 만큼 타인을 헤아리거나 추측할 수 있다는 말인데...


자기개발 서나, 무슨무슨 마인드 어쩌고 하는 .. 사조라고 불러야 하나? 


그들이 타인에게 말하는 바로 그것이 자신을 이해하는 깊이와 방법임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진다.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안 될거라는 말에는, 사람이면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특성을 나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데,  단지 '네'가 가졌다는 것만으로 나를 미워하는 경우로 빠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남을 때리지 않는 나, 화내지 않는 나, 남자가 아닌 나, 여자가 아닌 나, 노인이 아닌 나, 아이가 아닌 나, 과식하지 않는 나, 허벅지가 뚱뚱하지 않은 나....


내게 존재하는 여러 특성은 내 것이고, 자유롭게 그 특성을 발휘하며 살 수 있지만. '너'가 가졌기 때문에 나는 너 처럼 안 되기 위해서 자신을 억제하고 증오하기로 하는 거.





아. 어쩄건,  친구랑 지금 나를 나눴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투자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나는 내 느낌에 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것이 4천을 버는 그가 나타나서 생겼는지, 원치 않게 받은 빚에 눌려 생겼는지 알게 무엇일까?


그런 나는 이미 존재하고, 그런 내 소망과 필요를 이루는 것은 그저 나다.


대상을 통해 만나는 내 느낌의 필요를 알고 한 모금씩 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