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음과느낌 (9)
타이핑 노동자 야도
일화 팀장에게 이해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팀장은 날 몰라도 된다. 논리적으로, 일을 나눌 때, 일정 상 말도 안되는 것을 받았다. 그래서 야근을 했지. 야근 없이 달성할 수 없는 양이었으니까. 일단은 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인력 충원이 언제가 될 지 모르니 혹시 몰라 미친듯이 했다. 야근을 하면서 자꾸 소진되고, 우울하고 바닥으로 침전됐다. 좌절은, 이 좌절은 내 기대가 있기에 나타날 수 있던 것이다. 일을 빨리 마치고 후반에 편하게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 그림은 잦은 변경으로 좌절됐다. 야근을 해도,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그림은 만날 수 없고 좌절만 만났다. 좌절이 태어났으나 정확히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디서 온 것인지 찾는 이유는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
몇 주간 야근이 잦아지고, 리팩토링을 하면서 작업 난이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의지력이 있다면 이미 오전 2시 30에 소진되고, 3시부터 리셋되는 뇌 기능 라이프 사이클 덕분에 억지로 질질 끌어가며 7~8시 까지 야근을 한다.긴장을 하면 항문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는 덕에 항문에서는 피가 나고 허리를 비롯한 근육들이 버티다 못해 녹초가 된다. 집에 오면, 악이 받친다. 힘이 다 소진된 상태라 악을 부려도 모기같이 애애애~~앵 하는 악만 나온다. 지겹고 싫고 너무나 소모적인 반복 및 수정작업들 말고, 재미있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웹툰을 켜서 죽어라 본다. 웹툰이 아니라, 난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실험하면서 놀고 싶다. 근데 그것을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나서 웹툰을 보..
친구가 갑자기 3억여원이 생겨 집을 사고 싶다 한다. 부러웠다. 부럽다고 나를 고백했다. 그 친구는 자기 친척이 더 부럽다고 했다. 전국단위 사업체 회장의 손자로 태어나서, 유치원 때 증여받은 건물만 지금 20억원이고 공부도 못해서 미국에 자기 친척 회사로 입사 후 돈으로 사업체 두개 차려 실컷 생활하다 지쳤다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며 부모가 투자한 원금을 제외하고 16억원의 이익을 들고 오겠다고 하는 그가 부럽다고한다. 어제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위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할 수록 윗 배가 살살 쑤신다. 그 돈이 내가 되었으면, 저 상황에서 주인공만 나로 바뀌었으면 싶다. 지금 내가 처한 '스토리'에서 탈출해서 타인의 '스토리'를 살고 싶다는 소망. 그런 소망이 필요한 연유가 무엇일까? 연유를 스스로에..
사회학자 찰스 더버는 대화에 자기 자신을 집어넣으려는 성향을 ‘대화의 나르시시즘’이라고 설명한다. 대화를 장악하고, 주로 혼자 떠들고, 대화의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려는 욕구이다. 미묘하고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다. 더버는 대화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주목받고 싶어하는 지배적 심리가 잘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 슬픔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려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내 몫의 것을 확실히 점유하며 내 이야기를 하는 대화 허핑턴 포스트에 한 글이 올라왔다.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책을 보고 가장 '안전'한 대화법이라 믿고 익힌 "맞창구 치며 상대가 한 이야기와 같은 주제를, 내 경험으로 되돌려 주기"였다. 글에서 언급된 학자가 붙인 이름은 바꾸는 반응이다. 바꾸는 반응 너: 아 오늘..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서. 대화 중 친구에게 나간 이야기 "아버지한테 50만원도 주고, 어머니 신발 사주고, 부모님 침대도 샀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내 통장 잔고를 보니까 쑤욱 줄어있더라고. 그 때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초라했어" 초라했다. 부끄러웠다. 이것 밖에 안 됐다. 저 말을 할 때, 목이 아주 마를 때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찾았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장사로 월 4천을 벌기 시작했다. 월 4천 앞에서 내가 버는 돈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 코인 거래소 플젝에 참여하면서 몇십배 혹은 백배로 올라가는 코인 가격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고, 그 앞에서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참 초라하다. 큰 금액은..
월 1회 집에 들어와 아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한 아버지. 나보고 게임을 하는게 맞냐 안 하는게 맞냐 질문을 던진다. 먼저는, 그가 화를 내고 답답해 하는 감정이 자신의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그 감정이 눈 앞의 자신의 감정임도 알아야 한다. 셋째는, 먼저와 둘째 모두 몰라도 되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자신의 감정임을 돌려줬을 때, 나는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완강히 거부한다. '일터에 나갔을 때나 사람 만났을 때, 그런 감정과는 동떨어진 나'를 강조한다. 더 이야기를 한다. 더 이야기를 한다. 그의 말을 듣는 이유는, 그가 이미 알고 동의한 사실로 그의 가리워진 눈을 돌리기 위함이다. 또, 그가 누구인지 내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나는..
양상 돈을 버니, 부모님이 돈을 필요로 할 때 돈을 드린다. 소중한 관계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선물을 한다. 그들이 웃을 때, 나는 그것을 보면, 내 안의 기쁨을 만난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한다. 그들이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모자라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례를 들으니 속이 뒤틀린다. 부정할 수 없는 발화자 기쁨이 자꾸만 필요하고, 기쁨을 얻기 위해 신체적인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그냥 기쁨이 필요한 사람이다. 기쁨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지금 기쁨의 반대인 감정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느낌을 덮거나 상쇄하려고 반복적인 행위를 하고, 그것에 목을 맬 정도로 그 느낌을 도망 혹은 회피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서 기쁨을 찾을 수 없으니 타인을 조작해 그것을 자신이 섭취..
저녁 11시부터 지금까지 네 시간 동안 웹툰을 봤다. 눈이 뻑뻑하고 허리랑 몸이 뻐근할 때까지. 지금은 막 졸음이 몰려오고 화상실을 가고 싶다. 이러다가 또 응급실 갈 지 모른다. 느낌이 살짝 온다. 이번 주 내내 직장에서 야근하며 무리했고 응급약을 복용했다. 만화를 실컷 보거나 밥을 실컷 먹어 배가 부르면 이내 졸리는데, 피곤하면서 졸린 그 때가 좋다. 어쩌면, 사고 이전에 머리만 대면 내 마음대로 잠 들 수 있었던 그 때 같아서 그런가 보다. 사고 이후에는 바로 잠을 잘 수 없고, 긴장이 풀어지거나 한참 자려고 시도를 해야 한다. 돈을 정리하고 있다. 마치 내일 죽을 사람처럼.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사람처럼.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미리 이승에서 소중한 것들을 주변인에게 나눠준다. 나는 언제 죽을 지 몰..
일시적 반신마비를 동반한 사고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만성 통증을 겪고 있다. 반신마비가 찾아와서 고생하고 약 먹고 통증을 견디며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흡사 절벽에 떨어져 절뚝 거리며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는 것과 같다. 항우울제와 소염 진통제를 친구 삼아 폭풍처럼 퍼 붓는 통증의 매질을 견뎠다. 20대 막바지에 사고가 났고 지금은 사고 후 햇수로 6년 된 거 같은데, 5년 차 후반에서 겨우 항우울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하다. 건강 절벽에 떨어진다는 건, 누군가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초에 찾아올 질병들을 20대 후반과 30대 초에도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퇴행성 질환이 일찍 찾아오기도 하고, 마치 80대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