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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세탁 할 때 공포를 이해하고 도움을 받고 싶다 - 소망

산도야지 2019. 2. 17. 16:21

신발 세탁하는 것은 떠오르기만 해도 무서워서 피하게된다.

허리가 아픈 나에게 쪼그려 앉아서 신발을 불리고, 문지르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행구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며, 고통스런 시간은 잘 흘러가지 않아서 메타 고통까지 더해진다.

다 끝나고 바닥에서 일어날 때 허리의 고통은 절정을 맞이하며, 다 말랐을 때 신발 끈을 다시 끼우는 건 너무나 지루해서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게 된다.

고통을 느꼈다고 죽지는 않지만, 그 때 느낌에 질려버려서 '혐오'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진저리가 난다.

신발세탁의 당위성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당위성 보다 큰 힘은 공포.

친구도 별로 없고, 이성과 만날 기회도 없이 혼자 지내는 때가 많아서 신발을 아주 냄새가 심하게 날 때를 제외하고는 빨지 않았다.

냄새가 좀 나도,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견뎠다.

혼자 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자에게 받아들여질 좋은 특성들을 개발하고, 그것에 더 민감해지면서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데 익숙하지만, 혼자 있어도 되는, 어쩌면 혼자 있어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그동안의 나에게는 그런 자기 조절기제가 자연스럽게 발휘되지 않았다.

어쨌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 최근에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더 예민하게 느끼고 일하는 환경이 옆사람과 안전 거리가 거의 없어서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좋은 특성 중 하나인 냄새를 조절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피하고 피했지만, 지금은 피할 수가 없어졌다.

신발 세탁의 공포와 마주해야할 시점이 왔다.

하지만, 내 허리가 갑자기 고쳐지지는 않으니 이 고통은 그대로일 것이다. 할일목록 관리 프로그램에 신발 세탁을 작성해 놓고 4개월 넘게 방치했다. 질리는 느낌을 받자 마자 자꾸만 미뤘다.

신발을 세탁해야 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럼 결국은 마주해야한다.

정확히는, 겁에 질려버린 나를 이해해야한다. 겁에 질려버린 나를 만나기도 전에 멀리서 도망쳐 버리는 게 회피다.

그리고 겁에 질린 내가 되어 그 느낌을 함께 느끼며 길을 찾도록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길을 찾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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