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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한 감정이 태어난 곳을 몰라 너를 원망한다. 소망을 잊어 가해자를 찾는다. 본문

마음과느낌

서운한 감정이 태어난 곳을 몰라 너를 원망한다. 소망을 잊어 가해자를 찾는다.

산도야지 2019. 3. 16. 17:37

일화

팀장에게 이해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팀장은 날 몰라도 된다.

논리적으로, 일을 나눌 때, 일정 상 말도 안되는 것을 받았다. 그래서 야근을 했지. 야근 없이 달성할 수 없는 양이었으니까. 일단은 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인력 충원이 언제가 될 지 모르니 혹시 몰라 미친듯이 했다.

야근을 하면서 자꾸 소진되고, 우울하고 바닥으로 침전됐다.

좌절은, 이 좌절은 내 기대가 있기에 나타날 수 있던 것이다. 일을 빨리 마치고 후반에 편하게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내 그림은 잦은 변경으로 좌절됐다.

야근을 해도,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그림은 만날 수 없고 좌절만 만났다.

좌절이 태어났으나 정확히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어디서 온 것인지 찾는 이유는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되돌려 주고 싶어서. 허나 태어난 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팀장이 술자리에서 일정 오바때문에 똥줄이 타서 뭐라고 했다. 나는 그게 억울했다.

컴포넌트 분리도, 코드 리팩토링도 매번 팀장에게 묻고 그의 답변대로 수행한 업무이다. 구지 하지 않아도 되는 리팩토링까지 하느라 몇 주간 애를 쓴 내 모든 것이 그냥 '조언'이었다며 쓱 빠져버리는 팀장이 모습을 보면서 갈 곳이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

마음다해 보기

보고자 한 게 나다. 보고 싶은 그림을 향해 정성을 다한 것도 나다. 그리고 정성을 기울였으나 원하는 그림을 보지 못한 것도 나다.

중간에 고통이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일을 다 마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정에 맞춰 내 시간을 믹서기 처럼 갈아 버렸다. 내 생명도 일에 던져 갈았다.

팀장과 다른 팀원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몫이다. 그들의 몫이 운좋게 적게 갔고, 그게 운나쁘게 나에게 왔을 뿐이다.

팀장은 내 마음을 알아줄 필요가 없다. 그저 자기 일만 하고 자기가 얻을 것을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팀장이 우리 팀과 친하기를 원했지만 이미 API 팀과 친했고 그럼 API 팀과 문제가 있을 때 중재를 해주길 원했지만 그냥 자기 친한 관계 망치기 싫으니까 눈치보면서 자기 팀원이 알아서 해결하게 밀어놓고 있던 거 참 이미 좌절이다.

그가 보고 싶던 것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나도 이제 더이상 얻을 게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제라도 내 것을 얻는 길을 찾아 가면 된다.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세상이 움직이면 좋다. 그러나 그것은 내 뇌내 소망이다. 내 소망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세상탓을 하면 그것은 뇌내 망상이 되어버린다.

많이 슬프다. 도저히 매일 야근하지 않고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회식자리마다 술 한잔 마시지 않았고, 도저히 그렇게 마음 편하게 떠들 에너지가 없어서 1차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나왔는데 사람들에게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단 게.

팀장과 친한 사람들에게는 팀장이 바라본 내 모습이 전파될 것이니 아마 아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팀장이 원하는 인간상에 내가 맞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인간상에 팀장도 맞지 않는다. 내 마음을 팀장에 맞출 필요도 없고 팀장도 그렇다. 내가 얻을 있기 전에는.

마음을 돌이켜 보자. 내가 원하는 거 얻을 건 어디에 있나.

감정은 가해자 없이도 태어난다. 그 감정이 무거울 때, 무거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가해자를 찾아 넘기려 한다.

내가 소망하던 것은 무거움을 내려놓고 싶었을 뿐임을,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음을 잊은 채 가해자 찾기에 열을 올리면서 계속 무거운 것을 등에 이고 있는 장면을 산다.

잊어버린 것은 다시 찾을 수 있다. 무거움을 잡고 있는 이유도, 더 무거워지면 날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니 날고 싶다는 소망을 잊은 적이 없다.

느낌을 산다. 바라보고 다시 느낌을 살고 다시 바라보고 느낌을 산다. 맞지 않는 것은 버린다. 언제든지 버리고 다시 산다.

프로젝트 마칠 때까지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건 야근하지 않고 내 몸을 보살피며 일하는 게 내 지금 소망.

그렇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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