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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노동자 야도
어릴 때, 드래곤볼을 좋아했다. 육체적인 표현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만화라서 나 대신 에너지를 표출해주니 좋았다. 드래곤볼 뿐 아니라 다른 만화도 좋아했다. 지금도 가끔 30~40권씩 만화를 빌려 만화만 보거나 웹툰 수십편을 꾸준히 본다. 다음, 네이버, 투믹스, 카카오, 레진. 아 레진은 좋아하는 작품이 종료된 후 안 들어간다. 여튼 거울은 안 보면서 만화 캐릭터들만 보고 살았더니, 내게 좋은 느낌을 주는 얼굴은 일본 만화 주인공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고 내가 일본 만화 캐릭터와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면 창피했다. 책 읽고 잠이나 자던 아이였는데, 무섭게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피드백도 나를 움츠러 들게 했다. 20대를 거쳐 30대 초부터 내 얼굴이랑 화해하려 노력했다. 거울도 안 보고..
프로그래머가 직업이고, 근 1년 전 가까운 글씨가 안 보이고 빛이 뿌옇게 보이며 모니터 속 글씨가 흔들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난시 + 원시가 온 것이다. 그동안 안경을 쓰려고 여러 번 안경원도 가서 검사도 받았지만, 맞추지는 않았다.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지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안경은 완전 가망이 없는 눈에 내리는 사형선고 같은 느낌이었기에. 근데 한 6개월 정도, 눈에 다래끼가 계속 나고 안압도 높고 눈이 뻑뻑, 두통이 나타났다. 이제는 정말 써야겠구나 하던 차에 가장 친한 친구와 안경점을 갔다. 안경점에서 설명을 듣고 바로 안경값을 지불했다. 18만원. 왜냐면, 그는 눈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해줬고 나는 그것에 돈을 지불했다. 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가는 집으로 다시 이사가게 됐다. 다시라는 말은, 예전에 한번 살았던 집이라서. 이곳에서 처음으로 내 방을 가지게 되어 기뻤었다. :) 이런 집은 부수고 새로 짓는게 답인데 박원순 시장이 되고 재건축 지역 지정이 해체되어 버렸다고 한다. 살면 살수록, 수리해도 또 물이 새거나 고장나는 집에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해제라니. 그 집에서 만난 것- 5~6겹의 잘 안 떼어지는 벽지- 다양한 금- 곰팡이- 결로 잘 안 떼어지는 벽지벽지를 깨끗하게 떼려고 하는데 5~6겹에다가 이상하게 접착력이 강한 부분이 있어서 제거가 안 된다. 크랙벽을 치면 통통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력을 아는 분에게 물어보니 굴뚝이 있던 자리를 시멘트로 덮었는데 결국 이게 뒤틀린 거 같다. 아예 벽과 벽 사이..